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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남극이나 북극과 같은 고위도 지방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여러 현상들이 관측된다. 특히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일 때는 태양이 지구의 주위를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에게 지구가 움직인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천체들이 지구 주위를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 때문에 과거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지구 중심설을 굳게 믿었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가 우주의 중심이 지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제안하면서 사람들은 지구의 운동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지구는 매일 한 번씩 자전을 한다. 지구가 자전을 하기 때문에 태양이 뜨고 지면서 낮과 밤이 반복되고, 밤하늘의 별들이 원을 그리면서 움직이는 일주 운동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들은 지구가 움직이지 않고 태양이나 별이 움직인다는 것으로 가정해도 똑같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지구 자전의 증거라고 말할 수는 없다. 과거 사람들은 지구 중심설을 주장할 때 태양과 별이 지구를 중심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들이 일어난다고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지구 자전의 증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지구의 자전을 증명할 수 있는 사실 중 하나는 진자의 운동이다. 1851년 푸코는 판테온 사원의 천장에 매달려 움직이는 진자의 운동을 보고 지구의 자전을 증명하였다. 진자는 관성 때문에 같은 방향으로만 진동하므로, 지표면이 이동하지 않는다면 진자의 운동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왕복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관측된 판테온 사원의 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왕복 운동을 하는 방향이 일정하게 회전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진자가 위치한 지표면이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푸코는 이 관찰을 근거로 지구가 자전한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진자가 회전하는 방향은 남반구와 북반구에서 서로 반대로 나타난다. 지구 자전의 또 다른 증거는 전향력이다. 적도 부근의 A에서 북쪽에 있는 B를 향해 물체를 던지면 물체는 직선으로 나아가지 않고 오른쪽 방향으로 휘어지면서 움직인다. 이때 물체의 운동 방향을 바꾸는 힘을 전향력이라고 한다. 전향력은 실제 작용하는 힘이 아니라 지구 자전으로 나타나는 가상의 힘이다. 지구 상공에서 움직이는 인공위성의 궤도 변화를 확인하는 것으로도 지구의 자전을 확인할 수 있다. 지구의 남극과 북극을 수직으로 이동하는 인공위성은 A를 지나 지구 주위를 한 바퀴 공전한 후에는 A의 서쪽인 B에서 관측된다. 이와 같이 인공위성의 궤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쪽으로 치우치는 현상은 지구가 동쪽으로 회전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증거들로 지구의 자전이 증명되면서 우주의 중심인 지구는 정지해 있으며 태양계의 모든 천체들이 지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지구 중심설은 그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태양이 마치 하늘에서 어떤 일정한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와 같이 태양이 이동하는 경로를 황도라고 한다. 태양은 매우 밝기 때문에 태양이 이동하는 방향을 확인하여 황도를 알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태양 주변에서 보이는 별들을 자세히 관측해 보면 별들의 위치가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황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태양이 황도를 따라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지구의 공전 때문이다. 황도 이외에도 지구가 공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계절의 변화가 있다. 지구는 약 1년을 기준으로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며, 지구의 자전축은 지구의 공전 궤도면에 대해서 기울어져 있다. 이 때문에 공전 궤도 상에서 지구의 위치에 따라 지표면이 받는 태양 복사 에너지양은 서로 달라진다. 태양 복사 에너지를 많이 받는 곳은 기온이 높아져 여름이 되고, 태양 복사 에너지를 적게 받는 곳은 기온이 낮아져 겨울이 되기 때문에 계절 변화가 나타난다. 또한 계절이 변함에 따라 별자리도 차츰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는 모습으로 관측되며, 일부 별자리는 한동안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백조자리가 여름철에는 잘 보이지만 겨울철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들은 태양이나 별이 지구의 주위를 움직여도 똑같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지구 공전의 증거로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지구 공전의 또 다른 증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연필을 들고 눈을 번갈아 감으면서 가까이 있는 물체를 보면 그 배경을 기준으로 연필이 서로 다른 위치에서 보인다. 이때 연필이 보이는 위치와 연필 사이의 각도를 시차라고 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을 관측할 때에도 시차가 측정된다. 지구에서 시차는 6개월 간격으로 별을 관측하여 알아내며, 이 시차의 절반을 연주 시차라고 한다. 시차가 측정된다는 것은 별을 관측할 때 지구의 위치가 달라졌다는 것이며, 이는 지구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따라서 별의 시차는 지구의 공전을 알려 주는 증거이다. 브라헤는 지구가 공전을 한다면 별의 시차가 측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별을 관측하여 이를 증명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시차를 측정하지 못하였으며, 이 때문에 지구가 움직인다는 태양 중심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가 별의 시차를 측정할 수 없었던 것은 별의 시차가 매우 작기 때문이다. 가장 크게 측정되는 별의 연주 시차도 약 0.76″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맨눈으로 천체를 관측하던 브라헤가 연주 시차를 측정하기는 불가능했다. 별의 시차는 성능이 좋아진 망원경이 발명되면서 비로소 측정이 가능해졌다. 시차 이외에 지구 공전에 대한 또 다른 증거에는 광행차가 있다. 빗속을 걸을 때에는 걷는 속도가 빠를수록 우산을 앞으로 기울여 써야 비를 맞지 않는다. 별을 관측할 때도 이와 비슷하게 망원경의 방향을 별빛의 방향보다 약간 앞쪽으로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실제 별빛의 방향과 관측되는 별빛의 방향인 겉보기 방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별빛의 방향과 관측되는 별빛의 방향인 겉보기 방향과의 각도 차이를 광행차라고 한다. 별빛에서 광행차가 측정된다는 것은 지구가 일정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별빛의 스펙트럼을 1년 동안 관측하는 것으로도 지구의 공전을 확인할 수 있다. 지구에서 1년 동안 관측한 별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보면, 공전 궤도 상의 지구의 위치에 따라 별빛의 스펙트럼이 파란색 쪽으로 치우치거나 빨간색 쪽으로 치우치는 도플러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이와 같은 증거들을 통해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